- 공유 링크 만들기
- X
- 이메일
- 기타 앱
- 공유 링크 만들기
- X
- 이메일
- 기타 앱
우선 여행 멤버들의 스펙부터 살펴볼까요?
할머니(60대 후반): 꽤 잘 걸으심. 일본어 약간 구사 가능.
첫째(5살): 혼자 작은 가방 정도는 들고 다닐 수 있음.
둘째(3살): 아직 기저귀를 못 뗌. 점심 후, 낮잠 필수! 오래 걷지는 못해서 유모차 필요.
엄마: 매우 잘 걸음. 영어 약간, 일본어는 '더 약간' 구사 가능.
짧은 여행은 여러 번 다녔지만, 한달살이는 조금 다른 이야기이기에 여행지를 선택 시, 몇 가지 조건을 정했습니다.
안전한 곳
대중교통이 잘 되어 있는 곳
간단한 의사소통이라도 가능한 곳
병원이나 마트 등 생활 편의시설이 잘 갖춰진 곳
첫 한 달 살이인 데다 여자 넷의 여행이고, 어린아이 둘을 데리고 다녀야 하니, 아무래도 안전하고 익숙한 곳이 좋겠더라고요. 마침 엄마도 저도 일본어를 조금씩 할 줄 알았기에 의사소통은 되고,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한국으로 돌아가기 비교적 수월한 일본으로 결정했습니다.
그렇다면 일본 어디로 갈 것인가?
도쿄는 일본의 수도인 만큼 볼거리도 많고 상업시설도 잘 갖춰져 있지만, 아이들을 데리고 한 달을 생활하기에는 조금 복잡할 것 같았어요. 반면 주변에 가볼 만한 소도시도 많고, 옛 일본의 모습도 만날 수 있는 오사카로 가기로 했어요. 한국에서 직항편도 있어 이동하기 편리하겠더라고요. 게다가 개그의 도시라니! 왠지 더 친근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렇게 우리의 첫 한 달 살이 여행지는 오사카로 결정!
그런데, 여행을 가려면 학교를 자퇴해야 한다고?
여행지를 정하고 비행기 일정을 알아보다 보니 한 가지 문제가 생겼습니다.
6~7월의 일본은 너무 더울 것 같더라고요. 어린아이 둘과 할머니까지 함께하는 여행인데, 습도도 높고, 비도 자주 내리는 한여름의 일본은 아무래도 부담스러웠어요. '그럼 조금 일찍 여행을 시작해 볼까?' 캘린더를 펼쳐 보니 여름방학까지 약 3주가 남아 있었습니다.
당시 학교에서는 최대 2주까지 Independent Study(독립 학습)로 처리할 수 있다고 안내받았지만, 방학이 시작되기 전에 다시 학교로 돌아와야 한다는 조건이 있었어요.
그런데 저희는 그보다 일찍 출발해 한 달 동안 여행할 계획이었으니, 결국 선택지는 하나뿐이었습니다. 학교를 자퇴하자! 물론 아이의 학교를 그만두게 하는 일이니 고민이 없었던 것은 아니에요. 하지만 저희에게는 몇 가지 이유가 있었습니다.
첫째, 아직 TK에 다니는 어린 나이이니 학교를 조금 일찍 마치는 것보다 가족과 함께 새로운 경험을 하는 시간이 더 소중하다고 생각했어요. 또래 아이들 중에는 아직 프리스쿨에 다니는 아이들도 있었으니까요.
둘째, 사립학교처럼 입학이 어려운 학교가 아닌 동네 학교였기에 다음 학년도에 다시 입학하는 것이 크게 어렵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이 동네는 초등학교가 1개라 이 동네 거주자의 자녀 자리를 항상 보장해 줘야 한대요.)
셋째, 아이들이 자랄수록 이렇게 긴 여행을 떠나기는 점점 어려워질 것 같았어요.
넷째, 아이의 담임 선생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기회가 된다면 아이들이 할머니를 만날 수 있을 때 최선을 다해 시간을 보내라고요. 나중에 정말 아쉬운 순간이 온다고요.
네 번째 이유를 듣자마자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렇게 저희는 학교에 자퇴서를 제출했습니다. 여행을 가겠다고 학교를 그만두다니! 지금 생각해도 꽤 과감한 결정이었네요.😆
이제 한 달 동안 살아볼 집을 찾아보자!
학교 문제까지 해결했으니 이제 본격적으로 숙소를 알아볼 차례!
Airbnb를 통해 오사카의 한 달 살이 숙소를 폭풍 검색하기 시작했습니다. 여행이 아니라 한 달 동안 실제로 생활할 집을 구하는 것이었기에, 일반적인 여행 숙소와는 조금 다른 기준이 필요했어요.
저희가 정한 숙소의 조건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장기 숙박이 가능한 곳
취사가 가능하고, 간단한 식기도구가 갖춰져 있는 곳
어린아이들이 있으니 2층보다는 1층, 가능하면 단독주택
지하철역에서 도보 10분 이내
번화한 상업지구보다는 조용한 주거지역
가까운 곳에 마트가 있을 것
할머니를 위해 최소한 방 하나와 거실 하나, 분리된 주방이 있을 것
세탁기, 냉장고, 에어콘, 인터넷 필수
그리고 가장 중요한 조건 하나.
이 모든 조건을 무조건 예산 안에서 해결할 것!
Airbnb를 검색하다 보니 숙소마다 장기 숙박 가능 여부가 달랐고, 일정 기간 이상 예약하면 장기 숙박 할인이 적용되는 곳도 있더라고요. 조건에 맞는 집들을 열심히 찾아본 끝에 드디어 마음에 드는 숙소를 발견했습니다.
오사카 시내에서 지하철로 약 10~15분 거리에 있는 덴가차야(天下茶屋)의 작은 단독주택이었어요. 여행까지 가서 뛰지 말아라, 조용히 해라, 하면서 아이들에게 스트레스를 주기가 싫더라고요. 다른 예쁘고, 역에서 가깝고, 더 저렴한 숙소도 있었지만 저희가 선택한 곳은 작고 조금 허름하긴 해도 길쭉한 2층짜리 단독주택! 모든 조건을 완벽하게 만족시키지는 못했지만, 한 달 동안 우리 가족이 생활할 집이 생겼다는 사실만으로도 벌써 설레기 시작했습니다.
1층 : 부엌, 거실, 화장실, 작은 목욕탕(세탁기 포함)
2층 : 여닫이 문으로 닫을 수 있는 방 2개
2층 : 여닫이 문으로 닫을 수 있는 방 2개
드디어 출발! 그런데 우선 한국부터
일본까지 가는 김에 한국에도 들러 가족들을 만나고 싶은 마음에 미국에서 한국으로 입국한 뒤, 친정집에 짐을 모두 풀었습니다. 한 달 동안 일본에서 생활할 때 필요한 짐만 다시 정리하고, 나머지는 한국에 두고 가기로 했어요. 어린아이 둘을 데리고 한 달 동안 해외에서 생활하려니 짐을 챙기는 것부터 만만치 않더라고요. 아이들 상비약부터 엄마 식사가 불편하실까 봐 약간의 반찬들까지- 그렇게 모든 준비를 마치고, 드디어 아침 일찍 김포공항으로 출발합니다!
한달살이, 생각보다 많은 준비가 필요했습니다.
여행지를 정하고, 학교에 자퇴서를 내고, 한 달 동안 살아갈 집을 구하기까지. 오사카 근교 여행도 예정 중이라 대략적이라도 빠르게 일정을 정해서 다른 숙소 구하기, 미국에서 한국 들어가는 항공편, 한국에서 일본 오사카 들어가는 항공편 등 이 모든 것을 혼자 준비하다 보니 생각보다 결정해야 할 일도 많고, 걱정되는 일도 많았어요. 그리고 여행이 끝나고 미국에 다시 돌아왔을 때 아이들의 학교 재입학 서류 준비까지!
그래도 아이들이 더 자라기 전에, 할머니가 조금이라도 더 건강하실 때, 우리 가족이 함께 이런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도전해 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