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 한달살이] 낯설어서 더 즐거웠던 오사카의 첫 일주일(2023년 5월)

김포공항에서 약 1시간을 날아 도착한 오사카!

공항에서 전철을 타고 한 달 동안 머무를 숙소가 있는 덴가차야역까지 무사히 도착했지만 일본 지하철에 익숙하지 않았던 저희는 도착하자마자 작은 난관에 부딪혔어요. 바로 유모차와 캐리어를 끌고 엘리베이터를 찾아야 한다는 것! 한참을 헤매다 겨우 찾아낸 엘리베이터는 생각보다 너무 작아서 유모차 팀과 캐리어 팀으로 나눠 타야 했어요.

그때마다 시작되는 아이들의 외침. "엄마랑 내가 팀 할 거야!! 아직 여행은 시작도 안 했는데 말이죠. 

공항철도가 연결되는 덴가차야역에서 숙소까지는 도보로 약 10분 거리였어요. 캐리어에 유모차까지 끌고 가야 했지만, 다행히 Airbnb 호스트가 집 위치를 자세히 안내해 준 덕분에 어렵지 않게 찾아갈 수 있었습니다.

드디어 한 달 동안 우리 가족이 머무를 집에 도착!

생각보다 집이 넓어서 깜짝 놀랐어요. 주방과 거실이 분리되어 있었고, 2층에는 방이 두 개나 있었어요. 게다가 작은 욕조까지! 한 달 동안 지내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였는데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생각보다 너무 가파른 데다 바닥까지 미끄럼 더라고요. 아이들이나 엄마가 미끄러질까 봐 계단 아래에 쿠션부터 깔아 놓고, 곧바로 '양말 신고 계단 올라가기 금지령'을 내렸답니다.

그럼 어때요~ 뛰어도 되는 단독주택인데요!

동네 탐색부터 시작!

짐을 내려놓자마자 편안한 옷으로 갈아입고 장바구니를 챙겨 동네 탐색에 나섰습니다.

지하철역이랑 마트는 어디에 있는지, 집 주변에는 무엇이 있는지 알아볼 겸 동네구경도 할 겸 이쪽저쪽으로 30~40분 정도 걸어 다녔어요. 집 근처에는 마켓도 여러 곳 있었고 편의점도 많아서 식재료(+간식😜)를 구하기에 정말 편리하겠더라고요. 무엇보다 조용한 주거지역이라는 점이 마음에 쏙 들었습니다.

장을 보러 마트에 가니 온통 일본어로 쓰인 제품들에 갑자기 눈이 핑핑 도는 것 같았어요. 분명 일본어를 조금 할 줄 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식재료를 고르려니 아는 단어가 별로 없더라고요. 하하. 구글 검색과 제가 아는 일본어 단어들을 총동원해 겨우 저녁거리를 장만했습니다.

그렇게 완성된 우리 가족의 한 달 살이 첫 번째 저녁 메뉴는 바로 소바! 그리고 시원한 맥주도 한 잔. 앞으로 재미있는 일들이 가득하길 바라며, 오사카에서의 첫날을 마무리했습니다.

단풍의 도시 속 미노오 폭포  

이번 한 달 살이의 모토는 '평소와는 조금 다른 여행을 해 보자!'였어요.

아이들에게 유명 관광지도 좋지만 오사카의 자연도 보여주고 싶었거든요. 그렇게 찾아낸 첫 번째 목적지가 바로 미노오 폭포! 숙소에서 약 2시간 동안 전철을 세 번이나 갈아타고 도착한 곳은 오사카부 미노오시에 있는 미노오 공원이었어요. 공원 입구에 도착하자마자 저희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바로 족욕탕!

한참 동안 따뜻한 물에 발을 담그며 시간을 보낸 뒤, 약 2.5km의 산책로를 따라 폭포를 향해 올라갔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걷기에는 제법 긴 거리였지만, 울창한 나무들이 만들어 주는 시원한 그늘 덕분에 걷는 내내 기분이 좋았어요. 그리고 그 끝에 마주한 시원한 폭포! 그늘에 앉아 준비해 온 간식도 먹고, 폭포에서 쏟아지는 물소리도 들으며 오사카의 자연을 마음껏 즐겼습니다. 내려오는 길에는 족욕이 너무 좋았다는 첫째의 성화에 못 이겨 다시 한 번 족욕탕에 들렀어요.덕분에 우리 모두 따뜻한 물에 발을 담그고 피로를 푸우욱~ 풀고 돌아왔답니다.

참! 미노오는 가을 단풍으로도 유명한 곳인데요. 공원 입구 쪽에서 판매하는 단풍잎 튀김 과자, 모미지 덴푸라도 한번 드셔 보세요. 진짜 단풍잎을 튀겨 만든 과자인데, 달짝지근하고 바삭해서 아이들이 정말 좋아했어요.

◽️주소 : 2-2 Minookoen, Minoh, Osaka 562-0002, Japan

동네 도서관 : 할머니는 쉬는 날에도 우리는 논다.

이제 곧 70세가 되는 엄마가 아이들과 함께 한 달 동안 여행하는 것은 체력적으로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특히 일본처럼 많이 걸어야 하는 여행지에서는 더 그렇겠더라고요.

그래서 저희는 한 가지 규칙을 정했습니다. '하루 여행하면, 할머니는 다음 날 하루 쉬기!'

할머니가 숙소에서 쉬는 동안 저는 아이들을 데리고 동네 도서관에 다녀오기로 했어요. 일본 도서관에도 영어책이 몇 권쯤은 있을 것 같았고, 아이들이 아직은 글보다 그림이 많은 책을 읽을 나이였기에 일본어 그림책을 구경하는 것도 재미있는 경험이 될 것 같았거든요. 도서관에 들어가 보니 조용하고 단정한, 미국과는 너무나 다른 분위기에 아이들도 신기했는지 눈이 휘둥그레졌답니다.

낯선 언어로 쓰인 책들을 이리저리 살펴보고, 그림을 보며 이야기를 상상하기도 하면서 두 시간이 훌쩍 지나갔어요. 멀리 여행을 가지 않아도, 이렇게 동네 도서관에서 책을 읽으며 보내는 시간도 한 달 살이의 즐거움 중 하나였답니다.

나가이 공원 & 식물원 : 아이들에게는 놀이터가 최고!

오사카 시민들의 커다란 쉼터라는 나가이 공원. 마침 나가이 식물원에서 장미 축제가 열리고 있다고 해서 아이들과 함께 다녀오기로 했습니다.

한 달 동안 여행하다 보니 매번 음식점을 찾아다니는 것도 쉽지 않았고, 비용적인 면에서도 매끼니를 사 먹긴 어렵겠더라고요. 그래서 외출할 때마다 간단한 도시락과 간식을 늘 챙겨 다녔어요.

나가이 공원에 도착하자마자 아이들이 향한 곳은 역시 놀이터! 숲속 놀이터에서 한참을 뛰어놀고 난 뒤, 식물원 안 호숫가에 자리를 잡고 준비해 온 도시락을 꺼내 먹었어요. 푸른 나무와 호수를 바라보며 먹는 도시락이라니, 별것 아닌 음식도 더 맛있게 느껴지더라고요. 점심을 먹고 나서는 예쁘게 피어난 장미도 구경하고, 식물원 이곳저곳을 천천히 둘러봤습니다.

그리고 다시 놀이터로! 결국 아이들은 또 한참을 뛰어놀고 나서야 숙소로 돌아올 수 있었어요. 아무리 멋진 풍경을 보여줘도 아이들에게는 언제나 놀이터가 최고인가 봅니다. 하하.

◽️주소 : 1-23 Nagaikoen, Higashisumiyoshi Ward, Osaka, 546-0034 Japan

호잔지 & 이코마산조 놀이공원 : 100년 넘은 강아지 케이블카를 타고

오사카에서 전철로 약 40~50분을 이동하면 도착하는 나라현의 이코마역.

이곳에는 무려 1918년부터 운행을 시작한,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케이블카가 있어요. 저희는 이 케이블카를 타고 이코마산 정상에 있는 오래된 놀이공원에 가보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케이블카가 어찌나 귀엽던지! 동물 모양으로 꾸며진 케이블카를 보자마자 아이들도 신이 났어요.

놀이공원에 가기 전, 산 중턱에 자리한 호잔지에도 들러 봤는데 쨍쨍한 햇볕 아래 길게 이어진 계단을 보니 살짝 걱정이 되더라고요. '이 계단을 아이들과 할머니가 다 올라갈 수 있을까?' 그렇게 도착한 호잔지는 생각보다 훨씬 아름답고 평온한 곳이었어요. 산속에서 오랜 세월 묵묵히 자리를 지켜 온 사찰의 고즈넉한 분위기 덕분인지, 저희 모두 마음이 편안해지는 시간을 보내고 왔습니다.

다시 케이블카를 타고 산 정상에 도착하자, 드디어 눈앞에 펼쳐진 놀이공원! 이코마산조 놀이공원은 화려하고 거대한 테마파크라기보다는 오래된 동네 놀이공원에 가까운 느낌이었어요. 방문객도 거의 없어서 놀이기구마다 저희 아이들 둘만 타는 경우가 많을 정도로 한적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오히려 그 고요하고 한적한 분위기가 참 좋았어요. 조용한 산속 놀이공원에서 신나게 떠들며 놀이기구를 타던 아이들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에 남아 있거든요. 화려하지 않아도 충분히 즐거울 수 있다는 것을 느꼈던 하루였습니다.

◽️주소 : 2312-1 Nabatacho, Ikoma, Nara 630-0231 Japan

그렇게 지나간 오사카의 첫 일주일

워낙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하는 엄마와 아이들. (할머니, 죄송합니다. 하하.)

하루에 만 보는 기본이고, 어떤 날은 2만 보 가까이 걷기도 했어요. 그러다 보니 저녁 7시 30분만 되면 모두 곯아떨어지기 일쑤였답니다. 그렇게 피곤하면서도 즐거운 오사카의 첫 일주일이 지나갔습니다.

익숙한 듯하면서도 조금씩 다른 사람들의 모습, 처음 보는 음식들, 영어도 한국어도 아닌 낯선 언어로 이야기하는 사람들. 지하철역을 찾지 못해 계단을 몇 번이나 오르락내리락하고, 엉뚱한 출구로 나와 다시 돌아가야 하는 일도 있었어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저희는 그 모든 어색함과 어려움마저 즐기고 있었습니다. 어디를 가야 할지, 무엇을 먹어야 할지, 어떻게 이동해야 할지 매일 새롭게 고민해야 했지만, 그 과정 자체가 우리 가족에게는 하나의 커다란 모험이었어요.

익숙하지 않아서 조금 불편했지만, 익숙하지 않아서 더 재미있었던 오사카의 첫 일주일.

그렇게 저희는 조금씩 오사카에서의 생활에 익숙해지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