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곤조곤캠프] 조부모가 곤란해지는 여름캠프

이 카테고리의 이름을 정하는 데 고민이 많았어요.

‘여름 한 달 살이’, ‘한여름 밤의 꿈’, ‘여름 일탈’, ‘여름 이방인’… 좀 멋짐 뿜뿜한 이름을 지어보고 싶었지만, 결국 우리에게 딱 맞는 이름, 신랑이 지어준 ‘조곤조곤캠프’로 결정했답니다!

조부모가 곤란해지는 캠프

매년 여름방학마다(혹은 학교를 땡땡이치고 조금 일찍) 한국에 계신 할머니, 미국에 사는 아이들, 그리고 저, 이렇게 넷이서 한 달 살이를 떠납니다. 여행 내내 할머니를 이리저리 끌고 다니며 곤란하게 만드는 여름캠프.

그게 바로 조곤조곤캠프입니다.

  

“애들은 어차피 다 까먹잖아요.”

이 무모한 한 달 살이를 준비하게 된 계기는 우연히 본 TV 프로그램이었어요. 김영하 작가님이 이런 이야기를 하셨거든요. 어린아이를 데리고 여행을 간다고 하면 어떤 사람들은 “애들은 다 까먹을 텐데 왜 좋은 곳에 데려가요?”라고 묻는데요. 그런데 그 질문에 대한 좋은 답은 ‘좋은 감정이 남는다’는 것이라고 하셨어요.

그 말을 듣고 나니 우리 아이들의 모습이 하나씩 떠올랐어요.

“엄마, 우리 그때 보말(제주 방언으로 고둥) 잡았지? 진짜 재미있었잖아! 또 가고 싶다!”

“엄마, 거기 어디지? 죄수들한테 손가락 크기로 소시지를 만들어서 열쇠구멍으로 넣어줬다는 곳 있잖아!” “아, 독일 뉘른베르크?” “맞아! 그 소시지 또 먹고 싶다!”

“엄마, 예쁜 드레스 입고 그때처럼 발레 보러 가고 싶어.” “비엔나 말하는 거야?” “맞아! 거기서 「백조의 호수」 발레도 봤지? 거기서 기차 타고 좀 가면 모차르트 초콜릿 파는 곳 있잖아.”

잘츠부르크는 초콜릿 맛집이고, 모차르트는 큰 초콜릿 회사 사장님이라고 기억하면 또 어떤가요? 😆 아이들은 장소를 정확하게 기억하기보다, 그때 얼마나 재미있었는지, 또 가고 싶은지를 이야기하는 것 같아요. 장소는 흐릿해져도 ‘좋았던 순간’의 감정은 또렷하게 남아 있는 거죠. 그때 처음 알았어요. 여행이 아이들에게 정말 좋은 감정을 남기고 있구나.

우리가 바라는 아이의 모습

부모가 되고 나니 하루에도 몇 번씩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하나’ 하고 고민하게 돼요. 걱정도 정말 많아지고요.

혹시 교육적인 부분이 너무 부족한 건 아닐까?
음악도 이제는 시켜야 할 것 같은데?
다른 친구들은 어떻게 하고 있지?

그럴 때마다 남편과 저는 이야기해요. 공부도 물론 중요하지만, 아직 아이들이 어리니 다양한 감정을 느끼고, 다른 사람과 교감할 줄 아는 마음이 건강한 사람으로 자랐으면 좋겠다고요. 그리고 그런 것들은 꼭 책상 앞에서만 배우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놀이를 통해서도, 여행을 통해서도 충분히 배울 수 있다고요.


  
캠프와 방과 후 프로그램 대신 여행을…

그래서 틈이 날 때마다 가까운 곳으로 조금씩 여행을 다니기 시작했어요.그러다 어느 해부터는 “매년 여름에 한 달 살이를 해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현실적인 고민이 하나 있더라고요. 바로 비용이었어요. 한 달치 숙박비에 네 명의 비행기 티켓까지 생각하면 결코 만만한 금액이 아니잖아요. 그런데 미국은 여름방학이 정말 길어요. 학교에 따라 8주에서 12주 정도 되는 경우도 있고, 그 긴 방학 동안 아이들을 캠프나 프로그램에 보내려면 비용도 꽤 많이 들어가더라고요. 지역과 프로그램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여름 캠프는 일주일에 한 명당 수백 달러부터 $800~900 이상까지 드는 경우도 있어요.

예를 들어,

$400(일주일) × 2명 = $800
$800 × 8주 = $6,400

8주를 비교적 저렴한 캠프에 보낸다고 해도 6,400달러.

‘그렇다면 이 돈을 여름을 위해 모아두고, 대신 아이들과 한 달을 함께 여행해 보면 어떨까?’

그렇게 생각하기 시작했어요. 학교 방과 후 활동(After-school program)도 아직은 엄마가 직접 챙겨줄 수 있는 나이니까, 캠프비와 방과 후 활동비를 조금씩 모아 보기로 했죠. 그렇게 계산해 보니 어느 순간 한 달 숙박비와 네 명의 비행기 티켓을 마련할 수 있겠더라고요.

그러면… 출발해야죠! 😆

물론 여기에는 할머니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했습니다.

“손녀들이랑 이런 추억 만들기 쉽지 않아.”
“엄마가 좋아하는 커피도 많이 사 드릴게.”
“멋진 사진도 많이 찍어 드릴게.”
“내가 밥도 많이 할게.”

등등 수십 가지 이유를 들이밀며 할머니를 꼬드겨서, 여름마다 함께 떠나고 있답니다. (회사 일정 때문에 함께하지 못하는 아빠는 매번 아쉬워하고요.😭)

  

  

우리의 조곤조곤한 여름 이야기

첫 여행은 아이들이 두 살, 네 살 때 떠났던 겨울 강원도 여행이었어요.

그다음으로 보름살이를 했던 제주도, 오사카, 오스트리아, 독일 뮌헨, 그리고 한국까지. 짧기도 하고 길기도 했던 우리의 여행들이 하나둘 쌓여 지금의 조곤조곤캠프가 되었어요.

매년 완벽하게 계획된 여행도 아니고, 특별한 목적이 있는 여행도 아니에요. 그저 아이들과 할머니와 함께 걷고, 먹고, 보고, 웃고, 가끔은 서로 조금씩 지쳐 가며(?) 보내는 시간입니다.아이들이 훗날 이 여행들을 얼마나 기억할지는 모르겠어요. 어쩌면 장소도, 날짜도, 우리가 무엇을 먹었는지도 대부분 잊어버릴지 모르죠.

그래도 언젠가 아이들이 “그때 참 재미있었는데.”, “우리 그때 정말 좋았지.” 하고 이야기할 수 있다면, 저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할 것 같아요.

짧기도, 길기도 했던 우리의 여름 이야기.

그 시간들을 이곳에서 조곤조곤 나눠보려고 합니다. 함께 읽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