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처음 아이가 TK에 들어갔을 때였어요. Back to School Night에서 선생님께서
“Room Parent 해 주실 분 계신가요?”하고 물어보시는데, 저는 무슨 말인지 몰라 눈만 껌뻑껌뻑하고 있었답니다.
Room Parent? 너는 누구냐?
한국식으로 이해하자면 ‘반장 부모님’과 비슷한 개념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아이가 반장이라서 되는 것은 아니고, 선생님과 학부모 사이에서 반의 여러 가지 소통과 활동을 도와주는 학부모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그런데 저는 우선 미국 학교 용어도 전혀 모르는데다가, 학부모 상담을 할 때도 집에서 궁금한 점을 종이에 미리 적어 가서 여쭤볼 정도의 영어 실력이었어요. 아이들 학교 데려다주고, 데리고만 와도 기가 쭉쭉 빨리는.. 그런 영알못인 저…현재 4년째 Room Parent 중입니다. (역시… 모든 것은 기세다!!!)
어떻게 뽑나요?
아주 간단합니다.
저희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는 학기가 시작하고 얼마 안 돼서 Room Parent와 Volunteer에 관한 오리엔테이션이 열려요. 관심 있는 학부모님들을 초대해서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설명해 주시는데요.
그때, “제가 하고 싶습니다!” 하고 손을 들면 됩니다. 저 정말 번쩍 들었습니다!
영어를 못한다고 해서 못하게 하지 않습니다! 😂 (물론 학교마다 모집 방법이나 운영 방식은 조금씩 다를 수 있어요.)


그럼 무슨 일을 하나요?
제가 Room Parent를 하면서 주로 했던 역할은 크게 네 가지였어요.
1. 선생님과 학부모 사이의 소통
선생님께서 학부모님들께 전달하고 싶은 내용을 전달하거나, 학부모님들의 궁금한 점이나 의견을 모아 선생님께 전달하기도 해요. 선생님께서 공식적인 학교 플랫폼인 ParentSquare나 가정통신문 등을 통해 대부분의 공지사항을 전달하시지만, 서로 피드백을 주고받거나 의견을 모아야 할 때는 Room Parent가 적극적으로 소통을 돕는 편이에요.
2. 학부모와 학부모 간의 소통
학기 초에 교실 연락망을 만들어 배포하거나 학교나 반에서 필요한 정보들을 공유하기도 해요.특히 저같이 외국인이여서 미국학교 시스템이 처음이신 부모님이나, 이 학교에 처음 오신 부모님들의 질문에도 대답해드리고, 담당자를 연결해주는 것자체도 Room parent가 있어서 큰 도움이 된다고 하셨어요.
3. Classroom Event 진행 및 Volunteer 모집
미국 학교는 Halloween, Holiday Celebration, Teacher Appreciation Week, Year-End Party 등 학교 행사가 참 많아요. 반에서 따로 준비해야 하는 행사들도 꽤 있고요. 이런 이벤트에 필요한 교실 장식이나 준비물을 챙기고, 행사 당일 필요한 Volunteer를 모집하는 일도 Room Parent의 역할 중 하나예요.
4. 학교 기금 모금
전 공립학교는 따로 학비를 받지 않는다고 알고 있어서, 처음 학교에 아이를 보냈을 때 연간 기부금(Annual Giving) 이야기를 할 때 정말 이해가 안 되었어요. $1-200도 아니고, 꽤 큰 금액을 부모님들께 요청하는 것이 이해가 되질 않더라고요. 그런데 LAUSD처럼 큰 지역구는 주정부의 지원금도 많이 받기 어려워, 더 좋은 환경에서 수업을 받으려면 부모님들의 기부금으로 충당할 수밖에 없다고 해요. 그래서 학부모회(Board members)들과 함께 부모님들께서 문자, 편지 등의 여러 기부금을 많이 요청한답니다. 아직도 가장 어색하고 어렵고 힘든 부분이에요😭


그런데 영어도 못한다면서 어떻게 Room Parent를 하나요?
돌이켜보면 제가 그때 좀 많이 용감했던 것 같아요.
첫째 아이가 TK를 시작했을 때 저는 정말 아무것도 몰랐어요. 그냥 열심히 도시락 싸고, 아이를 제시간에 늦지 않게 학교에 보내고, 학교에서 하는 일들을 겨우 따라가는 정도였죠. 그러던 어느 날 교실 행사를 도와주실 부모님 Volunteer를 모집한다는 요청이 들어왔어요.
저는 큰 용기를 내서 “제가 할게요!” 하고 연락했더니 갑자기 LAUSD Volunteer 승인을 받았냐고 물어보시는 거예요. 승인을 받은 부모님만 참여할 수 있다는 이야기였는데, 사실 그때는 무슨 말인지 하나도 이해하지 못했어요. 결국 그 행사에는 참여하지 못했답니다. 또 어느 날은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데 저만 모르고 있기도 했고요.
이런 일들이 하나둘씩 쌓이다 보니 어느 순간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미국 학교는 부모님이 학교생활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하는구나.’
그래서 그때 Room Parent를 맡고 계신 부모님들을 열심히 도와드렸어요.
그리고 첫째 아이가 Kinder가 되는 해, Back to School Night을 앞두고 미리 선생님을 찾아뵈었어요. 그리고 이렇게 말씀드렸죠.
“알고 계시겠지만 저는 한국인이고, 영어로 의사소통하는 것도 서툴러요. 하지만 아이 학교생활에 관심이 많고 학교 일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싶어요. 선생님께서 괜찮으시다면 제가 Room Parent를 해도 될까요?”
그랬더니 선생님께서는 제 영어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며, 오히려 먼저 도와주시겠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렇게 시작한 Room Parent가 어느덧 4년째가 되어 올해도 두 아이의 반에서 Room Parent를 계속하고 있어요.


꼭 해야 하나요?
아니요. 모든 부모가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은 아니에요!
학교마다 모집하는 방법이나 운영 방식도 다르고, 선생님께서 직접 Room Parent를 부탁하는 경우도 있고 저처럼 자원하는 경우도 있다고 해요. 저희 학교의 경우에는 한 반에 2명의 Room Parent가 필요한데, 이 역시 학교마다 다를 수 있어요.
그렇다면 Room Parent가 아니면 아이의 학교생활에 참여하지 못하는 걸까요?
그것도 아닙니다. 교실 봉사, Field Trip, Boo Bash, Book Fair와 같은 학교 이벤트, 환경미화 등 학교에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은 정말 다양해요. 꼭 Room Parent가 아니더라도 본인이 할 수 있는 방법으로 학교와 아이의 생활에 참여하면 되는 것 같아요.
올해도 다시 하는 이유는?
올해는 많이 부담스러웠어요.(사실 매년 부담스러웠긴해요;)
아이들이 커 가면서 학교 이외의 활동도 많아졌고, 저희는 신랑이 학교 일에 신경을 많이 쓰기 어려운 상황인데 의사소통도 편하지 않은 제가 두 아이 반의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많은 에너지가 필요한 일이더라고요. 문자 메시지 하나, 공지사항 하나를 올릴 때도 혹시 실수할까 봐 조마조마하고, 이벤트를 진행할 때마다 상대방이 잘 이해하지 못하는 듯한 눈빛을 보면 저도 모르게 위축되기도 했어요.
그런데도 올해 또다시 Room Parent를 하는 이유는…"우리 아이들"때문입니다.
아이가 학교에서 어떤 친구랑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어떤 친구들과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는지, 어떤 활동을 좋아하는지 굳이 물어보지 않아도 학교에 자주 방문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것들이 많더라고요. 그리고 아이도 엄마를 학교에서 만나는 "특별한 경험"을 정말 좋아합니다. 학교에서 만나면 어쩜 그리 반가워하는지ㅎ 선생님과도 공식적인 자리가 아니더라도 아이에 대해 편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고, 학교에 상황에 대해 잘 이해하게 되고, 다른 학부모님들과 교류할 기회도 많아져요.
물론 이 교류 자체가 저에게는 조금 힘든 부분이기도 해요.
그래도 아이들 사이에 어떤 문제나 갈등이 생겼을 때 서로 얼굴을 알고 소통하고 있다 보니 원만하게 해결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도 감사한 부분이고요.
그리고 무엇보다 좋은 점! 반 친구들도, 선생님들도 제 영어에 익숙해진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