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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사실 고백할 게 있는데요.
전 미국에서 아이를 키우면 영어는 당연히 잘하고, 한국어는 엄마 아빠가 한국 사람이니 당연히 잘하게 되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결코 아니더라고요. 되려 모국어가 영어가 아닌 엄마는 영어를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모르겠고, 한국어는 아이가 점점 사용하지 않게 되어 쉽게 잊게 되더라고요.
나중에 아이들이 한국에 있는 다른 가족들과 한국어로 대화를 하지 못하고, 서로의 감정 등을 정확하게 전달하지 못한다는 생각을 하니 마음이 슬퍼졌어요. 그래서 한참을 고민하고 기다리다가 아이가 글자에 조금씩 관심을 가지게 될 즈음 한국어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우선 저희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아빠 한국 사람, 교육과정은 한국에서 마침, 현재 미국에서 일하기에 비즈니스 영어까지는 가능하지만 스몰톡이 힘들다고함
엄마 한국사람, 교육과정 한국에서 마침, 기본적인 의사소통은 가능하지만 아직도 대화 중 실수를 많이 해 밤마다 이불킥을 함(수능때 영어대신 수학점수 제출, 영어울렁증 있음)
8살 딸: 미국에서 태어남 / 미국 프리스쿨 6개월 채 다니지 않음 / TK 시작를 시작으로 현재 초등학교 3학년, 올해 5년째 학교
7살 딸: 미국에서 태어남 / 미국 프리스쿨 10개월 채 다니지 않음 / UTK 시작으로 현재 초등학교 2학년, 올해 4년째 학교
추가적으로 일 년에 한 번씩은 최소 2주 이상 한국을 방문하고 있습니다. 3, 4살 때 한국 어린이집도 1~2달씩 두 번 정도 다녀온 경험이 있어요.
본격적인 한국어 공부 시작,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주변에서 한글학교에 보내는 것을 많이 권해 주셨어요. 엄마가 한국어를 가르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라며..(격하게 동의합니다!)
주변 한글학교는 매주 토요일 오전에 약 3시간 정도 진행되고, 한국어 공부뿐만 아니라 한국 문화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더라고요. 저희 집에서는 약 30~40분 거리에 주말마다 운영하는 한글학교가 있어서 보낼까 하다가 주말마다 가게 되면 스포츠나 학교 행사, 친구들 생일파티 등에 참석하기 쉽지 않겠더라고요. 그리고 언어라는 것은 짧게라도 꾸준하게 해줘야한다고 들었는데 일주일에 한 번 가고, 그마저도 이런저런 행사로 빠지게 되면 2-3주는 쉽게 빠질거 같아 꾸준히 하기가 어려울 것 같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그래서 “집에서 한 번 가르쳐 보면 어떨까?” 라며 엄마표 한글학교를 시작합니다!
엄마표 한글학교
언어에는 영 소질이 없는 엄마는 어떻게 한글을 가르쳐야 할지 처음에는 고민이 참 많이 되었어요. 저도 한국 사람이고 한국에서 교육을 받았으니 자연스럽게 알게 된 한글이라, 막상 아이에게 가르치려고 하니 감이 잡히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저희 또래의 아이 혹은 조금 더 어린 나이에 아이를 키우시는 지인분들께 교재 추천을 부탁드렸어요.
기탄 한글 떼기 (총 10권)
이 책은 스케치북처럼 큰 사이즈로 그림이 많아서 아이들과 처음 시작하기 어렵지 않았어요. 1일 1장씩, 주 5일 하면 한 달에 한 권이 끝나는 일일 학습 프로그램으로, 딱 한 장만 끝내면 되니 부담스럽지 않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스티커’로 한글을 찾는 활동도 많아서 재미있게 한글을 익힐 수 있었어요. 그런데 5권부터 이중모음이 나오면서 살짝 고비가 오더라고요. ㅓ, ㅕ, ㅔ, ㅖ를 가르치는 데 정말 식은땀이 났습니다. 😅 그리고 8권부터는 ‘실전편’ 느낌이라 꽤 어려워지더라고요. 그런데 거짓말처럼 이 고비를 딱 넘기면 아이가 짧은 단어들을 읽기 시작하는 기적을 경험하게 되지요.
기적의 한글 학습 (총 5권)
한글 떼기를 끝내니 간단한 단어들을 읽기 시작하더라고요. 그래도 아직 단어를 쓰는 것은 어려워했어요. 비슷한 소리나 받침은 정말 기상천외한 글자로 엄마를 웃프게 만들었습니다.
또래의 아이를 키우고 있는 새언니에게 고민을 이야기하니 조카도 유치원에 들어가기 전 부족한 부분을 이 책으로 도와줬다며 권해 주셨어요. 워낙 꼼꼼하고 언어에 관심이 많은 언니의 추천이면 무조건 따라갑니다!
이 책은 단계별로 구성되어 있고, 하루에 해야 할 양이 많지 않으며, 그림이나 색깔이 많아 너무 ‘공부’ 같은 느낌을 주지 않기 때문이에요. 아이들은 빼곡한 글씨에 놀라기도 하잖아요. 첨부로 부모님의 지도 방법이 따로 있지만… 사실 그것까지 챙겨서 읽어 가르쳐 주지는 못했습니다.
제가 이 책을 가장 크게 추천하는 이유는 한글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알게 해 준다는 점이에요. 모음과 자음이 함께할 경우 어떻게 소리가 나는지 등의 한글의 구조를 알려주기 때문에, 아이들이 새로운 글자를 만나도 스스로 읽어 보려고 시도하더라고요.
이 두 종류의 책을 끝내는 데까지 약 1년하고도 3~4개월이 걸린 것 같아요. 나이가 어린 아이를 10분이라도 앉게 한다는 것도 쉽지 않은데다가 아이들 눈에는 다 영어 알파벳 뿐이니 한국어를 듣거나 한글을 볼 기회가 거의 없다보니 몇일만 빼먹으면 금방 까먹기 더라고요. 그래서 저 나름대로의 규칙을 정했습니다.
[ 우리 집 규칙 ]
집에서는 무조건 한국어 사용하기 Korean Zone, No English!
월~금요일까지 한국어 학습지 꼭 1장씩 하기
잠자리 독서할 때 한국어 책 잊지 않고 읽어주기
잠자리 독서할 때 아이들도 짧더라도 꼭 읽어볼 수 있게 격려해주기
도시락이나 간단한 메모를 써줄 때 한국어로 써주기
한국어로 듣는 동화 많이 들려주기
한국 마트에 가서 먹고 싶은 간식 이름을 찾아보고 직접 읽어보기
한국에 갈 때마다, 또는 한국에 아빠가 출장 갈 때마다 한국어 책 많이 들고 오기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은 알지만 하나씩 따라 하다 보니 지금은 한국어를 꽤 잘 구사하고, 실수는 아직 많지만 한국어 책을 읽거나 간단한 편지는 한글로 작성할 수 있어요.
사실 가르쳐 보니 한국어는 정말 너무 어려워요. 아이들이 파닉스를 학교에서 배워 오는데 집에서 동시에 다른 구조의 언어를 가르친다는 것이 아이들에게도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조심스러웠어요. 학교에서는 버네녀라고 말하는데 한국어 교재에서는 바나나라고 하는 이 상황을 설명하는 게 참 어렵더라고요. 그래도 아이에게 한국어를 배워야 하는 이유에 대해 꾸준히 이야기해 주고, 책도 정말 많이 읽어 주고, 한국 책을 열심히 구해 왔던 것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도 한국어를 가르치는 이유
저는 한동안 아이에게 한국어를 가르친다는 것을 단순하게 “한글을 읽고 쓰고 이해하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아이들에게 한글을 가르쳐 주면서 생각이 달라졌어요.
한국어는 단순히 하나의 언어가 아니라 아빠와 엄마와 이야기를 나누고, 할머니, 할아버지와 마음을 나누고, 한국의 책과 문화를 만나고, 자신의 뿌리를 알아가는 연결고리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요즘은 한국어를 통해 내가 누구인지를 알고, 더 많은 이야기, 더 넓은 세상에 연결 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아마 제가 아이들에게 꾸준히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는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싶어요.
혹시 아이들 한국어 공부를 시작하고 싶었는데 주저하고 계셨다면 저희 같이 해 봐요!
요즘에는 어떻게 한국어를 이어가고 있는지 2탄에서 소개해드리겠습니다:)

